본문 바로가기
[책]/소설

[책]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 펀치.

by noncolor 2024. 7. 20.
728x90

 
 

이유리 작가의 말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어디서 멋진 벽시계를 하나 얻어온 적이 있다. 그것을 걸어둘 만한 곳을 찾다가 마침 작은방 벽에서 빈 못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왜 거기에 아무것도 걸어두지 않았는지 새삼 의아했을 만큼 딱 맞춤한 자리였다. 그러나 시계를 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계 뒤에 나 있는 눈사람 모양의 구멍은 아주 작았고 못 대가리는 그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뒤집어 구멍 위치를 대강 확인한 뒤 도로 뒤집어 이쯤이다 싶은 곳에 갖다 대기를 반복했으나 구멍과 못은 서로를 찾지 못하고 계속 어긋났다. 나는 시계를 벽에 대고 비비고 돌리며 한참 애를 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위치(시계 구멍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시계 중심부에 가깝게 나 있었던 것이다)에서 못과 구멍이 짤깍 들어맞았고, 그 순간부터 시계는 마치 이 집의 모든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온 존재마냥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벽에 들러붙었다.
나는 밟고 서 있던 의자에서 내려오며 이것이 소설 쓰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먼 미래에 내가 생각보다 더 잘되어 책이라는 물건을 짓게 된다면 그 책의 말미에 이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다고 여겨 기억해두었으며 지금 그것을 꺼내어 쓴다.
2021년 가을  이유리
 
 

 
 
 

감성 담은 서평

 
어제 혼술하며 읽기 시작했던 소설. 총 8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다.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 읽었던 옥상에서 만나요는 기이하다라고 느껴졌다면 이 책은 참신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류의 소설이 어떻게 이리도 이질감이 안들고 술술 읽힐수 있을까...!! 어느 한편 빼놓지 않고 재미있다. 
오늘 이 책을 읽고 싶어 걷고 싶었고, 운전 중 신호에 걸려라~ 생각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소재 하나하나가 참신하고 기발한 표현들이 많고 계속 다음장이 궁금해 손에서 놓기 싫었던 책이다.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건 어렵지 않았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거창함도 없다. 
담백하고 즐겁다. 그리고 특별히 따스했다. 이해하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스며든 책이다. 
 
 
브로콜리펀치

 

반응형